어느 날 갑자기 우리 삶 깊숙한 곳으로 'AI'라는 단어가 훅 들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내리 세 판을 지고, 기적처럼 한 판을 이기던 그 충격적인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그때만 해도 인공지능은 먼 미래의 기술이거나 과학자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2022년 11월, 챗GPT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변화를 18세기 증기기관이 가져온 1차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거대한 충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삐삐에서 스마트폰까지, 그리고 이제는 AI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잠시 되돌아보겠습니다. 허리춤에 차던 '삐삐'의 시대를 지나, 무전기 같던 벽돌폰, 딸깍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던 폴더폰을 거쳐 오늘날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약 3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의 낯설음을 기억하시나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부터 90세 어르신까지, 스마트폰은 마치 우리 몸의 일부인 장기처럼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과 뉴스들을 보면 "나만 뒤쳐지는 것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겪어냈고, AI는 그보다 더 쉽고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 준비를 마쳤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가 매일 쓰는 포털 사이트나 메신저 안에 AI는 들어와 있지만, 우리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냉장고 앞의 고민, AI 셰프에게 맡기세요

"AI를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가장 먼저 주방으로 가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복잡한 코드를 입력하는 것이 AI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세요. 어중간하게 남은 자투리 채소와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들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어 챗GPT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이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저녁 메뉴를 추천해 줘. 너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야."

그러면 AI는 전문 요리사처럼 근사한 레시피를 순식간에 만들어줍니다. 요리 과정이 궁금하면 상세하게 물어볼 수도 있고, 간이 맞지 않을 때의 대처법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해외 직구로 산 물건의 설명서가 외국어로 되어 있어 난감할 때도, 마트에서 처음 보는 식재료의 손질법이 궁금할 때도 카메라만 켜면 해결됩니다. 이것이 바로 AI가 우리 삶에 주는 실질적인 도움입니다.

공부하지 말고, 대화를 시작하세요

AI 시대를 시작하는 방법은 거창한 공부가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친구 하나를 사귀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당장 휴대폰에 챗GPT 앱을 설치해 보세요. 그리고 텍스트를 칠 필요도 없이, 마이크 버튼을 누르고 말로 걸어보십시오. "오늘 날씨가 흐린데 기분 전환하기 좋은 음악 좀 추천해 줄래?"라고 말입니다. 마치 요술 램프 속 지니처럼, 혹은 옆에 있는 똑똑한 비서처럼 즉각적인 대답을 들려줄 것입니다.

앱을 설치하는 것조차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우리가 매일 가족, 친구들과 대화하는 그 채팅창 속에 이미 AI 기능이 들어와 있습니다. 대화하듯 편하게 질문하고 요청하면 됩니다. 글쓰기가 막막할 때 초안을 잡아달라고 하거나, 긴 글을 요약해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입니다. 굳이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아도, 복잡한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나만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비서를 둘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써보려는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냉장고 속 재료 사진을 찍어 AI에게 말을 걸어보는 작은 시도, 그것이 바로 AI 시대로 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